통일부, 달라진 대북토토 사이트 입장…"살포 유감, 강력히 중지 요구"(종합)

통일부, 달라진 대북토토 사이트 입장…"살포 유감, 강력히 중지 요구"(종합)

'표현의 자유'라며 말리지 않다가 새정부 출범 뒤 입장 선회

남북관계 개선 위한 제스쳐 성격…북, 대북토토 사이트에 강하게 반발해 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오수진 기자 = 통일부는 일부 단체가 최근 대북 전단을 살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간 대북토토 사이트 살포에 대해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밝혀온 통일부가 정권 교체와 맞물려 입장을 바꾼 것으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대북 메시지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일 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가 통일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7일, 5월 8일에 이어 세번째로 토토 사이트을 살포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반도 상황에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토토 사이트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향후 유관기관, 관련 단체 등과 긴밀히 소통해 재난 안전법, 항공 안전법 등 실정법상 토토 사이트 살포 규제가 준수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며 국회의 남북관계발전법 등 개정안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의 대북토토 사이트 금지법 위헌 결정 이후 정부가 대북단체에 토토 사이트 살포 중지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통토토 사이트의 이런 입장은 대통령실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헌재가 대북토토 사이트 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자 이를 근거로 대북단체의 토토 사이트 살포를 막지 않았다. 접경지역 긴장 고조가 우려됐지만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자제 요청'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에야 토토 사이트 단체들에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 탄핵 정국 속 남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우발적 상황을 줄이자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이번에 통일부가 대북단체에 명시적으로 전단 살포 중지를 요구한 것은 새 정부 출범 후 남북 간 신뢰 복구를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에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내려보내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남북 간 우발적 충돌방지와 상황 관리를 위해 2년 넘게 끊긴 남북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대북토토 사이트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토토 사이트을 살포한 납북자가족모임은 통일부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최성룡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납북자 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송환 호소를 외면하고 성과도 내지 못했기에 가족이 직접 나서 '대북 소식지'를 북으로 날린 것"이라며 "소식지를 계속 날릴 것"이라고 말했다.

kiki@yna.co.kr